꼬물거리는 손이 서로 엉겨붙어 움켜 쥔. 머리 위로 늘어진 모빌 사이로 살랑살랑 보이는 꽃그림자가 선명하고도 익숙한.
“어머, 어머- 이것 봐 유키! 마-쨩이 우리 토-쨩 손을 꼭 잡아줬어! 얘네들도 지금 뭐하는지 알고 있나봐!”
“어유, 역시 우리 애들은 똑똑하다니까!”
“그치-그치?”
부산스럽게 오가는 대화 사이로 데굴 굴러 서로 머리를 맞대고 색색 고른 숨소리까지 내며 평온한 표정의 아가들. 보송보송하게 올라선 솜털이 슬슬 색을 가지기 시작할 때쯔음인지 올망졸망한 모습들은 앙증맞기 그지없다. 고사리만한 손이 서로의 옷깃을 넘어 손을, 그 등에 각자의 뺨을 기대고 잠든.
그 사이로 침범한 커다란 손 하나만 아니었어도 둘의 사이는 퍽 평온했을.
“─하이고, 거기 어머님들 이제 그만하시죠! 아니 아무것도 모르는 애들 데리고 뭐하는 거야.”
“그러는 자기야 말로 지금 그 돌반지 왜 손에 껴주는 건데! 그것도 서로 바꿔서!”
“…큼, 큼. 아니 뭐어, 좋은 게 좋은 거지!”
잠시 가렸던 커다란 손이 사라지고 떨어져 있던 아기 단풍은 허공을 휘젓더니 이윽고 포근한 그 자락을 찾아내 다시 꼭 움켜쥐고 말았더라. 서로 맞잡은 두 손, 머리를 맞대고 입가 근처를 맴도는 빈손까지. 어느 하나 빠짐없이 서로에게 맞물려 엉긴 이후에야 찡그려졌던 눈가가 꽃이 피어나듯 활짝 피어올랐다.
앙증맞은 아기단풍 사이로 노란, 반지가. 반짝반짝. 곁을 지키고 있었다.
*
잠깐 시야가 흔들려 젊음이 가득한 얼굴의 네 사람을 비춘 후에야 새카만 어둠에 삼켜졌다.
“딸! 지겹지도 않아? 그거 몇 번째야 몇 번째~”
“그렇게 말하시는 당사자께서 말 그대로 몇 번씩이나 내가 보게 알람까지 맞춰놓고 재생시켜서 그렇다는 생각은 하나도 안하시는 거죠?”
내가! 오늘, 우리 쉐프의 첫 개봉한 디저트 방송, 본방 사수하겠다고 난리친 거 다 알면서! 자동재생 취소 안 해놓고!
부루퉁하게 튀어나온 볼을 쿡 찌르는 자비 없는 손길에 고여 있던 바람은 틈 사이로 흩어졌다. 한참을 쇼파 위에서 지루하게 구르고, 이미 외웠던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또 보고. 보았던. 기억도 나지 않는, 아니 애초에 촬영 내내 눈 한 번 뜨지 않는 정말 아기 시절의 이야기를 담은 말도 안 되는 약혼얘기 같은 것은 말 그대로 오래 전의 이야기였다.
부친의 손에 의해 반지를 껴야 했던 하라다 마유에게 있어서 이미 질려 버린 지도, 기억나지도 않는, 아주 오래된 이야기.
“아니, 진짜 이거 웃긴 거 알아!? 어떻게 된 아빠가 딸 시집갈 자리를 알아봐두고! 그것만 보라는 게! 말이 되는 거야?! 요즘 드라마같이 막 이 사람이 내 남자에요, 하고 데려왔더니! 무작정 울거나, 내 눈에 흙이 들어가도 안 된다고 반대하거나, 막 그런 건 안 바란다고! 나도! 그거 드라마인 거 알아! 그건 드라마니까! 현실에서 절대 그런 일 일어나기 힘든 것 정도는 나도 안다고! 근데 이건 너무하잖아! 막, 막, 하나밖에 없는 외동딸 빨리 집 나가라고 시위하는 것 같잖아!”
애초에 그 상대라는 녀석이 학교에서 너나할 것 없이 인기인이며 여자 친구가 바뀌는 횟수를 그가 던진 서브횟수라고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을 사람이 한 둘이 아니다. 그걸 잘 알고 있는 딸이 다른 사람을 데려오겠다고 하니, 그 뒤로 이어진 저 주구장창 기억도 안 나는 갓난애기 시절의 말도 안 되는 약혼식 녹화 비디오.
마유는 쇼파에 늘어져 있던 몸을 벌떡 일으켜 리모콘을 손에 쥐고 여태껏 저가 베고 있던 쿠션을 팡팡 내리쳤다.
“당사자들 의견 어디갔냐고!!! 난 그 자식 싫단 말이야!! 유라시아 땅덩어리만큼 줘도 싫어-!!!!”
오늘도 상큼한 오렌지색 지붕을 얹은 작은 2층집은 한 소녀의 비명 소리에 뒤흔들려야 했다.